도널드 트럼프와 마크 카니가 서로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한 뒤 관세 정책을 시작하면서 미국과 캐나다는 격렬한 무역 갈등에 갇혀 있다.
최근 갈등이 한층 고조되면서 캐나다 총리 마크 카니는 미국산 상품 다수에 대한 보복성 수입세를 부과했다. 이 조치는 이번 주부터 발효됐으며, 앞서 트럼프가 자체적인 관세 인상을 예고한 데 따른 것이다.
북미 이웃 국가 간 관세 보복전이 일단락되는 가운데, 양국 국경 양쪽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분야를 살펴본다.
트럼프가 캐나다산 자동차 관세를 2027년 1월 1일부터 25%에서 50%로 올리겠다는 위협을 현실화하면 자동차 산업은 또 한 번 타격을 받게 된다.
자동차와 트럭, 부품은 미국·캐나다·멕시코 간 주요 교역 품목이다. 제조업 부문과 공급망이 국경을 넘어 연결돼 있다.
앞선 관세로 제조업체의 비용이 증가했지만, 지금까지는 자동차 딜러들이 그중 ‘가장 큰 몫’을 떠안았다고 Oxford Economic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버나드 야로스는 말했다.
그는 “하지만 그 완충 여력도 바닥나고 있다”며 “최근 위협받은 캐나다산 자동차·트럭·자동차 부품에 대한 50% 관세는 이전보다 더 빠르게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로스는 미국 수입품 비용이 오르면 제조업체들이 고급차와 SUV, 픽업트럭을 우선시하는 추세가 빨라질 수 있다고 봤다. 또 신차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차량의 공급이 부족해지면 중고차 시장의 가격도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카니는 현재까지 트럼프의 50% 관세 위협에 맞대응하지 않았지만, 일부 미국산 차량에는 지난해부터 25%의 수입세가 부과되고 있다.
철강과 알루미늄, 목재 등 건설자재에는 최근 갈등이 고조되기 전부터 관세가 적용돼 왔다. 다만 캐나다는 이제 금속류에 대해 미국과 같은 50% 세율을 적용했다.
카니는 합판 등 미국산 목재 제품 여러 품목과 목재를 고정하는 데 쓰이는 나사에도 수입세를 부과했다.
이에 따라 이런 자재를 수입하는 건설업체의 비용이 증가하고, 업체들은 이를 가격에 전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택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캐나다산림제품협회는 관세가 “국경 양쪽의 비용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전국주택건설협회(NAHB) 회장 빌 오언스가 “지속되는 주거비 부담 위기”를 이유로 트럼프에게 건설자재를 관세 정책에서 제외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건설자재 관세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공급망에 부담을 주며 건설 비용을 높인다”고 말했다.
미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2024년 230억달러(캐나다달러 320억달러·파운드화 170억파운드) 규모의 목재 제품을 수입했으며, 이 중 거의 절반이 캐나다산이었다.
그러나 주택 건설에 쓰이는 침엽수 목재를 둘러싼 양국 간 이른바 ‘목재 전쟁’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수십 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관세 갈등 속 유명 몬트리올 샌드위치 가게, 상징적인 미국산 체리 팝 판매 중단
이번 관세 전쟁에서 핵심적인 요소는 원자재가 아니라 특정 생활용품이 대거 표적으로 지정됐다는 점이다.
캐나다는 카펫과 세탁기, 가구, 냉장고는 물론 칼·포크·숟가락에도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미국에서 수입되는 일부 상품의 가격이 오를 위험은 있지만, 소비자들이 국내 대체품을 찾는 시나리오가 더 가능성이 높다고 Capital Economics의 북미 담당 이코노미스트 브래들리 손더스는 말했다.
그는 카니의 최근 조치가 캐나다 소비자들이 “대신 국내 공급업체로 쉽게 전환할 수 있는” 상품을 의도적으로 겨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헤어케어 제품처럼 국내에서 대신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은 실제로 많다”고 덧붙였다.
손더스는 카니의 대응이 “대체 가능성이 높은 상품을 골라 캐나다 가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대한 줄이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하는 예일대 버짓랩은 목재 등 자재에 대한 관세로 인해 미국인의 가구와 기타 가정용 장비 가격이 소폭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주류 가격에는 큰 영향이 없을 수 있지만, 이번 무역전쟁이 캐나다인의 주류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
캐나다의 여러 주는 앞선 관세에 대응해 지난해 미국산 주류 판매를 금지했다. 미국 와인·증류주 업계는 캐나다로의 수출이 70% 넘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카니는 무역 협상 과정에서 각 주에 미국산 주류를 다시 매대에 올려달라고 요청했지만, 협상이 결렬된 만큼 금지 조치가 다시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손더스는 정치인들이 ‘캐나다산을 구매하자’는 움직임을 강하게 추진했고, 독주류 시장에서는 성공을 거뒀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미국 주류 산업에 실제로 큰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산 주류를 판매하는 곳은 서스캐처원주와 앨버타주뿐이다. 다만 서스캐처원주는 캐나다의 광범위한 관세가 발효되는 9월 8일부터 미국산 주류에 자체적으로 50%의 부담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관세는 소비자의 지갑을 직접 타격할 수 있지만, 가계에 미치는 영향은 이뿐만이 아니다.
수입세는 국경을 넘나드는 공급망을 보유한 기업의 무역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비용 상승과 더불어 무역전쟁이 초래한 불확실성은 투자 계획을 위축시키고 일자리 창출을 저해할 수 있다.
손더스는 가계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이 가격이 아니라 일자리 감소를 통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령 BC(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맞춤형 가구를 생산하는 업체라면 이제 미국 수출품에 50%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며 “이는 사업을 사실상 문 닫게 만들 수 있다. 보복 조치 자체보다 이런 영향이 가계에 더 직접적으로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산림산업에는 약 20만명이 종사하고 있다. 업계는 캐나다산 목재의 국내 사용을 늘릴 수 있도록 연방 주택 프로그램을 통해 내수를 확대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다만 “최대 수출시장에 안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길을 대신할 지원책은 없다”고 인정했다.
미국의 경우 이번 캐나다와의 갈등으로 소비자가 체감하는 생활비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은 작다. 하지만 무역 마찰은 장기적으로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같은 긴장은 미국·캐나다·멕시코 간 자유무역협정인 USMCA를 둘러싼 우려도 키우고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USMCA를 16년 더 연장하기를 원한다고 밝혔지만, 미국은 현 형태로는 갱신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