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이스라엘 경찰관 요아브 세갈로비츠가 2026년 10월 총선에서 아랍계 라암당 비례대표 명부 2번 후보로 출마하기로 한 것은 이스라엘 정치의 판도를 바꾸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극우 정치인들은 이를 맹비난했지만, 이번 결정은 아랍 정당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그의 동맹 세력에 맞서는 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가능성이 있다.
이스라엘 정치의 우여곡절은 때때로 뜻밖의 연대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동맹, 예상치 못한 이념적 조정을 만들어낸다. 10월 27일 이스라엘 총선을 앞두고 또 한 번 그런 일이 벌어졌다.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중도 성향 의원이자 국가안보부 차관을 지낸 요아브 세갈로비츠는 지난달 온건 이슬람 정당의 선거 명부에 출마하겠다고 발표해 파장을 일으켰다.
히브리어 약칭 라암으로 알려진 통합아랍명부는 2021년 만수르 아바스 대표가 이슬람주의 정치인으로서 연정 구성의 결정적 열쇠를 쥔 킹메이커로 부상하면서 주목받았다. 선거 이후 아바스는 나프탈리 베네트와 세속적 중도파 야이르 라피드가 이끈 2021~2022년 단명 연정에서 장관을 맡은 최초의 아랍계 무슬림 출신 이스라엘인이 되며 역사를 썼다.
5년 뒤 아바스는 2026년 총선을 앞두고 새로운 2번 후보를 선택하면서 또 한 번 정가를 놀라게 했다.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선택은 아니었다. 이스라엘에서 조직범죄와 부패를 척결해온 오랜 경력 때문에 현지 언론으로부터 ‘슈퍼캅’이라는 별명을 얻은 세갈로비츠는 고위급 용의자를 수년간 심문하며 다져진 강인한 이미지로 유명하다. 그는 결코 평화주의자가 아니었고, 최근 정치적 결정을 둘러싼 겉보기의 부조화에 대해서도 특유의 직설적인 방식으로 설명했다.
“나는 유대인이며 시온주의자이고 세속주의자입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 장교였고 이스라엘의 경찰 지휘관이었습니다. 만수르는 아랍인이며 독실한 무슬림이고 보수주의자입니다. 우리를 하나로 묶는 것은 우리가 모두 이스라엘인이라는 점,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공동 정체성이라는 사실입니다. 물론 우리 사이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 나라에서 아랍인과 유대인 사이에는 복잡한 역사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공동의 미래가 있습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과 뒤이은 가자 전쟁 이후 이스라엘 정치권에서 이런 발언은 드물다. 점령지에서, 심지어 이스라엘 내부에서까지 팔레스타인인을 상대로 복수와 살해, 추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아랍인에게 왜 유대인 경찰 지휘관이 필요한가?’
이스라엘 오픈대학교 정치학 교수 드니 샤르비트는 2026년 라암당 선거 명부가 이스라엘 정치의 이정표라며 ‘혁명’에 비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23년 10월 7일은 아무리 온건한 아랍 정당이라도 협력할 수 있다는 생각을 쓸어버렸습니다. 2021년과 2022년 라암당을 연정에 참여시켰던 중도 정당들은 마비된 상태입니다. 이들은 10월 7일 학살 이후 아랍 정당의 정부 참여를 도덕적 금기로 규정하는 우파의 헤게모니에 굴복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베네트와 라피드는 지난 4월 네타냐후 총리를 축출하기 위한 공동 출마를 발표하면서 ‘비시온주의’ 정당, 즉 아랍 정당과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의 참여를 명시적으로 배제했다.
세갈로비츠는 “10월 7일 이후 아랍 정당과 정치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일반적인 주장은 터무니없고 거짓”이라고 말했다.
아바스는 8월 31일 기자들에게 새 2번 후보를 두고 유권자들을 안심시키려 했다. 그는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아랍인에게 왜 유대인 경찰 지휘관이 필요한가?’라고 물을 것입니다. 제 답은 간단합니다. 저는 단지 저와 똑같은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닙니다. 일을 잘할 줄 아는 사람을 찾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샤르비트는 “정치에 실용적으로 접근하는 만수르 아바스는 아랍계 팔레스타인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가 아랍 지역사회에 만연한 조직범죄라고 말합니다”라며 “2026년 1월부터 8월까지 사망자는 166명으로 집계됐고, 지난해에는 200명을 넘었습니다. 이스라엘 경찰에서 경력을 쌓은 세갈로비츠는 바로 이 범죄와 싸우는 임무를 맡았고, 희생자 수를 줄이는 데 고무적인 성과를 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세갈로비츠의 법 집행 프로그램을 폐기한 극우 강경파 이타마르 벤그비르 현 국가안보부 장관 아래에서 아랍 지역사회의 살인 사건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급증했다.
세갈로비츠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범죄와 싸운 자신의 성과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아랍 사회의 개인 안전 상황은 재앙적입니다. 우리의 통계는 남미 최악의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입니다”라며 “사람들이 거리를 걷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경제와 사회, 문화, 교육, 발전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출마 선언은 네타냐후에 맞서는 야권의 주요 지도자들로부터 환영받았다. 새 크네세트에서 이스라엘 아랍계, 즉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인을 대표하는 정당들의 지지가 야권에 필요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채널13이 9월 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디 아이젠코트가 이끄는 야권 블록과 네타냐후 및 극우 동맹 세력이 이끄는 블록은 120석의 크네세트에서 각각 53석으로 동률을 기록했다. 한편 두 아랍 정당은 합쳐 14석을 확보하고 있다. 이스라엘 아랍계 주민은 전체 인구의 21%를 차지한다.
따라서 아랍 정당의 선거 명부 2번에 저명한 유대인 인사가 포함된 것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샤르비트는 “이는 단순한 정치적 계산을 넘어섭니다. 4~6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라암당은 지도자들에게 장관직을 요구하지 않고 있습니다”라며 “현재 상황에서 아랍 정치인이 장관으로 임명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세갈로비츠를 영입한 라암당은 벤그비르 이후 국가안보부 장관을 맡을 이상적인 후보를 확보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벤그비르는 새 라암당 선거 명부를 즉각 비난했다. 그는 이번 접근을 “무슬림형제단과 함께할 차기 정부의 길을 닦으려는 좌파의 공동 음모”라고 규정했다. 이 극우 정치인은 X에 올린 글에서 아바스와 세갈로비츠가 악수하는 장면을 조작한 이미지를 게시했으며, 테이블 위에는 케피예와 하마스 깃발이 놓여 있었다.
샤르비트는 벤그비르가 “이스라엘 유대인 사회에 뿌리내린 진정한 두려움”을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갈로비츠의 출마는 불신을 극복하려는 시도입니다. 그는 어떤 의미에서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는 것입니다. 동맹을 맺을 수 있는 아랍인들을 만나봤다는 뜻입니다. 내부 안보가 유대인도 아랍인도 아닌 공공의 이익에 관한 문제라고 주장하는 것은 기존 질서를 뒤흔드는 일입니다. 1948년 이후 이런 일은 전례가 없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10월 27일 총선에서 2023년 10월 7일 학살과 네타냐후 정부가 2022년 추진한 비자유주의적이고 논란이 많은 사법개혁 이후 처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른다.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세갈로비츠는 이스라엘 아랍계 주민들에게 국가의 정치적 의사결정 중심부에서 자신들의 자리를 찾으라고 촉구했다.
그는 AFP에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해서 정체성을 잃는 사람은 없습니다. 모두가 자신이 어디에 기여하고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바라봐야 합니다”라며 “영향력은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테이블에 앉을 때만 생깁니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프랑스어 원문을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