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는 미국의 무역전쟁 상대로는 다소 뜻밖의 나라처럼 보일 수 있다.
지구상 어느 나라도 미국에서 캐나다만큼 많이 수입하지 않는다. 미국 농가에 캐나다는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출시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때 협상한 북미 무역협정에 따라 대부분의 미국산 제품은 무관세로 캐나다에 들어간다. 세계에서 가장 개방적인 경제국 순위에서도 캐나다는 대체로 상위권에 오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바라볼 때 그가 보는 것은 미국을 속이고 산업을 옥죄려는 약탈자다.
트럼프 대통령은 토요일 캐나다·멕시코 정상과 2018년 말 체결한 3자 협정에서 탈퇴를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캐나다에 50년 동안 뜯겨왔다”고 말했다.
미국과 캐나다의 관계는 최근 무역협상이 8월 21일 결렬된 이후 악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 지도자들을 인신공격하고 미국의 오랜 동맹국인 캐나다를 약한 나라로 묘사했다. 지난해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편입하자는 발언을 거듭해 캐나다 국민을 자극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연방정부에 온타리오호의 명칭을 ‘아메리카호’로 바꾸도록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양측은 협상 결렬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3주 전 미국산 자동차·유제품·주류 수출을 차별한다고 주장하며 200억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했다.
캐나다 정부가 화요일 자체 관세로 맞대응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산 유제품 부산물인 유청과 대부분의 주류, 오토바이 및 모페드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나섰다. 다만 화장지·침대 시트·낚싯대 등 일부 품목은 관세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불공정한 무역정책을 펴는 국가 명단에 캐나다가 오르는 것은 국제무역을 중심으로 경제를 일궈온 캐나다로서는 충격적인 변화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캐나다의 무역 규모는 국내총생산의 64%에 이르는 반면 미국은 25%다.
워싱턴의 보수 성향 헤리티지재단은 경제자유지수에서 캐나다를 184개 경제권 중 14위로 평가했다. 미국은 8계단 낮은 22위였다. 밴쿠버의 자유주의 성향 프레이저연구소도 세계경제자유보고서에서 캐나다를 165개 국가·지역 중 11위로 평가했다.
최근 갈등이 불거지기 전 캐나다의 미국산 수입품 실효 관세율은 약 2.4%로, 미국이 캐나다에 부과한 5%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고 Oxford Economics는 분석했다. 2020년 7월 1일 발효된 US-Mexico-Canada Agreement에 따라 미국산 수출품 대부분은 캐나다에 무관세로 들어간다.
캐나다는 전반적으로 무역에 경제를 개방하고 있지만 일부 국내 산업은 보호한다. New York Law School 국제법센터 공동소장인 배리 애플턴은 캐나다를 “다소 보호주의적이지만 완전히 개방되지 않은 분야는 두세 곳에 불과한 경제”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예컨대 캐나다 침엽수 제재목 생산업체에 대한 이른바 불공정 보조금 문제를 수십 년째 제기해왔다. 캐나다는 이 같은 주장을 부인한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미국 무역대표를 지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는 2023년 회고록에서 캐나다를 “상당히 편협하고, 때로는 매우 보호주의적인 국가”라고 묘사했다. 캐나다가 낙농업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는 “소련의 관료조차 얼굴을 붉힐 정도”라고 그는 썼다.
위스콘신대에서 낙농시장 전문가로 활동하는 레너드 폴진에 따르면 캐나다는 복잡한 제도를 통해 낙농업체를 보호한다. 이 제도는 할당량을 초과한 대부분의 유제품에 200%가 넘는 관세를 부과하며 버터 등 일부 품목에는 거의 300%의 관세를 매긴다.
폴진은 캐나다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낙농업을 미국과의 경쟁으로부터 보호할 강력한 유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위스콘신주 한 곳에서 생산하는 우유가 캐나다 전체 생산량보다 많다. 미국 낙농업체들은 값싼 우유를 대량 생산하는 데 매우 능숙하기 때문에 캐나다가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면 “우리가 너무 많은 제품을 쏟아부어 캐나다 낙농업이 존립할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폴진은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요일 소셜미디어에 “캐나다는 우리의 위대한 낙농 농가들이 캐나다 시장에 판매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사실과 다르게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은 USMCA에서 미국 낙농업체의 캐나다 시장 접근을 확대하는 대가로 캐나다가 공급관리제도를 계속 유지하도록 합의했다. 미국 낙농업체들은 성과도 거두고 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대캐나다 유제품 수출은 2024년 8%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11% 이상 늘었다.
미국은 이미 캐나다와의 낙농 무역에서 상당한 흑자를 내고 있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캐나다에 13억달러어치의 유제품을 수출한 반면 수입액은 5억8500만달러에 그쳤다.
전체적으로 미국은 캐나다와의 무역에서 지난해 273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이 캐나다에 파는 것과 캐나다에서 사오는 것의 격차는 한 산업으로 설명할 수 있다. 바로 석유다. 캐나다는 2025년 미국에 850억달러가 넘는 원유를 수출했다.
미국 중서부 정유사들은 앨버타 오일샌드에서 생산되는 중질 고유황 원유를 필요로 한다.
애플턴은 “미국이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원유”라며 “텍사스산 원유도, 베네수엘라산 원유도 쓸 수 없다. 그런 원유를 처리하도록 설비가 갖춰져 있지 않다. 전환하려면 수년과 수십억달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캐나다산 원유는 미국산 기준 원유보다 할인된 가격에 판매된다.
인접한 두 나라는 경제적으로 서로를 필요로 한다. 캐나다는 수출의 약 70%를 미국에 보낸다. 미국 정유사들은 앨버타산 원유가 필요하다. 미국 농가들은 캐나다산 칼륨 비료가 필요하다. 미국 북부 국경지역의 지역사회는 캐나다에서 생산되는 전력에 의존한다.
따라서 양측이 합의에 이르려는 유인은 강하다. 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의 선임연구원 이누 마낙은 일부 캐나다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수입 금지 조치가 9월 29일까지 발효되지 않는 만큼 협상을 재개할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3주 동안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니 ‘보복하겠지만 아직은 아니다’라는 의미다. … 여기서 빠져나갈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자국이 합의에 여전히 열려 있다며 “캐나다는 언제나 공정한 합의를 체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토요일 캐나다가 관세를 낮춰 미국 농가를 더 공정하게 대우하면 “머지않아 캐나다와 합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일랜드 총리와 함께 더블린에서 연설하며 캐나다가 이란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행정부와 “매우 간절히 합의하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무역협상단은 캐나다가 제조업 일부를 미국에 넘기도록 압박하고 있지만, 마낙에 따르면 오타와에서 이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애플턴은 이번 무역분쟁이 미국·캐나다·멕시코를 아우르는 자동차 산업의 번영을 이끈 USMCA를 위태롭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북미에서 가장 잘 통합된 경제를 만들어가고 있었다”며 “이제는 그렇지 않다. … 이는 14세 자녀와 아주 나쁜 대치 상황을 벌이는 것과 같다. 이 게임에서 행복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